인조잔디운동장을 돌아보다.

관리자
발행일 2013-05-09 조회수 596


 






<쉬는 시간동안 잠


시 운동장에 나와서 노는 아이들 모습>



 




최근 지역신문과 뉴스를 통해 학교 인조잔디운동장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


김해의 한 고등학교에서 새로 뿌려진 충진재에서 매캐한 고무냄새가 나면서 학교가 저질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인조잔디운동장을 공급하는 업체마다 질적인 차이가 상당하고


,


리베이트 등 고질적인 병폐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




 




지난


2009


년도에 학교숲 조성을 함께 해 오던 마산지역 초등학교가 인조잔디운동장 사업을 선택하면서 인조잔디의 문제점보다 학교와 시민단체의 다툼으로만 조명되었던 일과


2011


년 경남지역


2


개 초등학교 운동장에 포설된 감람석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던 아찔한 사건이 떠올랐다


.


그러고 보니 인조잔디를 반대하는 힘든 과정을 치루고 천연잔디운동장으로 재결정하여 축하해 달라고 전화해 주신


,


실물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전화와 메일로만 바쁘게 연락했던 양산의 초등학교 선생님도 떠오른다


.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학교를 전유물로 생각하던 교장선생님들과 일부 학부모들의 오만한 결정이 결국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해야 할 공간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



 




2013



,


다시 인조잔디운동장을 돌아보았다


.


경남지역도


2006


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8


년째 사용하고 있는 노후된 시설이 실재한다


.


그리고 어느 곳이든 유사한 위험요소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되풀이되고 있다


.


잎은 바스러지고 고무재질 충진재는 훤히 드러나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아이들의 옷과 신발에 묻어 교실로


,


집으로 옮겨지고


,


기온이 올라가면 매캐한 냄새가 두통을 일으키고


,


높은 표면온도에 화상을 입은 아이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


잠시 놀다 왔는데 밤새 아토피 증세가 심해졌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


굳이 역학조사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조잔디의 유해함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



 




인조잔디가 깔린 주민운동장을 찾았다


.



날씨가 좋은 때라서 그런지


5


월 사용일정표가 꽉 찼다


.


주민운동장이라서 그냥 들어갔더니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


철망 밖에서 대충 넘겨다만 보고 다시 나와 사용일정표를 보니 일요일 오후


2


시에 주민개방이라고 적혀 있고


,


다른 요일은 학교나 기업 등에 대여가 되어 있었다


.


관리의 문제로 평상시에는 문을 잠그는 모양이다


.


동네 주민들은 아이와 함께 공이라도 찰까 싶어 왔다가 문이 잠겼거나 혹은 축구인들에게 장악당한 운동장을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입맛이 씁쓸했다


.



 




2008


년도에 조성된 창원지역 초등학교를 가보았다


.



운동장에 그려진 흰색 선이 충진재로 덮혀 거무튀튀하다


.


운동장도 잔디위에 충진재가 얹혀 역시나 거무튀튀하다


.


파였던 곳은 딱 그만큼 잘라내고 새로 붙인 티가 역력했다


.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더니 아이들이 뛰어 나왔고


,


낡고 바스러진 인조잔디 운동장 위를 뒹굴며 놀기 시작했다


.


수업종이 울리면 옷이나 신발을 털어낼 틈도 없이 교실로 뛰어 들어가면 인조잔디 조각들도 교실로 가게 된다


.


청소시간이면 먼지뭉치처럼 잘게 조각난 인조잔디 부스러기가 교실 구석마다 들러붙어 있고


,


신발장에는 새카만 충진재가 가득하단다


.



 





 




2011



1



,


환경부는 인조잔디 유해물질 위해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



평균 노출 시나리오에 의한 위해성 평가 결과


,


발암성 물질인 벤젠


,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등


9


종의 초과발암위해도


10


-7


~10


-6


이하


,


비발암석물질


12


종의 독성위험값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


인조잔디 설치시 필수 사용되는 산화아연


(ZnO)


의 경우 고무칩


(


충진재


)


등 인조잔디 운동장 구성제품에서 최대 수천


ppm


이 검출되므로 규제없이 과량 사용될 경우 위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 2010


년 실태조사 발표자료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조잔디와 트랙에서 일정시간 활동하게 한 후 손표면 노출 정도를 조사했는데 미량이지만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을 준용하여 그렇다는 뜻이다


.


때문에 성인이 아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동일한 량에 노출되었다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다고 해석된다


.


그리고 운동장 사용빈도가 중


,


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가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이 단순히 기준치 이상


,


기준치 이하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도달하게 된다


.



 





 




또 다른 인조잔디운동장에 가봤다


.



2008


년도에 준공되었는데 사용빈도가 높은지 형태를 갖춘 잔디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눌려져 있고


,


잠시 걸었는데 신발과 바짓단에 파쇄된 인조잔디가 잔뜩 들러붙었다


.


그리고 역시나 제대로 털고 나가는 학생들을 찾기 어려웠다


.



 



     




<신발과 옷에 묻은 잔디 파일. 운동장 바깥쪽에 좁게 설치된 화단에 잔디파일들이 날아와 뭉쳐있다. 얼핏보면 천연잔디와 구분하게 어려울 지경이다.>






인조잔디운동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청소와 세척을 하고


,


충진재도 보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



그런데 기존 교육부와 문광부에서 지원하는 내역에는 유지


,


관리비용은 없다


.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 규정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들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어 무작위로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


예상했던 대로 명쾌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데에는 다들 같은 의견이었다


. (


청소용역업체의 말로


)


정밀하게 청소를 하고 세척을 하려면 장비를 한번 불러오는 데만 대략


4



5


백만원이 소요된다고 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 1


년에 두 번 정도 회당


150


만원에서


200


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


이마저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듯 하고


,


운동장을 개방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쓰레기나 화재 사고 등으로 인한 고충이 너무 크다고 토로하며 시민의식이 정말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말을 꼭 해달라고 한다


.


재시공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고 싶다는 대답만 들었다


.




학교라는 곳이 쉽게 외부 시민단체에 이런저런 속사정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


관리가 어렵다는 것


,


즉 예산이 없다는 문제는 결국 인조잔디운동장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하고


,


이로 인해 운동장을 사용하는 우리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



 




다시 문광부


(


국민체육진흥공단


)


와 교육부 홈페이지를 들췄다


.


인조잔디운동장이 문제가 있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고


,


심지어 유해성 평가까지 하고 있지만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한 지원 방침은 아주 굳건하다


.


교육부의 경우


2010


년 이후 기금지원 공고가 없어 문의했더니


3


년 단위로 예산이 책정되므로


2011


년부터


2013


년까지는 예산확보를 하지 못했고


, 2014


년부터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올해


5


월경부터 사업계획을 수립할 방침이 세워져 있다


.


물론 인조잔디운동장도 지원내역에 포함되어 있다


.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올해부터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개보수를 실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




 




정부의 방침은 여전하지만 도교육청의 입장은 다른 듯하다


.


최근


4



23


일자 경남신문 기사에 따르면


, ‘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된 지


5


년 만에 운동장 조성비에 맞먹는 예산이 주기적으로 투입되고


,


인조잔디 파일 부스러기 발생과 충진재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자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라고 보도되었다


.




환경연합에서 도교육청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 역시 내년부터 재시공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인조잔디운동장을 불허할 것이고


,


차후 교육부 및 도교육청 예산으로 학교에 조성되는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해서는 검토 및 허가를 심도있게 할 예정인 바


,


지자체 및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되는 학교 선정 시에도 도교육청과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




 




환경부가 매년 유해물질 실태조사를 하고


,


도교육청이 아무리 협의를 종용하고


,


각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인조잔디의 유해성을 말하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여전하고


,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


혹은 주민들이 이를 선택하고 요구한다면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은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


인조잔디운동장이 문제가 있음을 공히 인정하고 이를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내고 있는 지금


,


매년 늘어가는 인조잔디운동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




 




무엇보다 경남도 차원에서 인조잔디 유해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환경부에서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이곳 경남지역의 현황이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가 시급하다


.




 




환경부는 문화관광체육부와 교육부에 현행 생활체육시설 지원이나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 중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방식은 제외시킬 것을 요구해야 하고


,


두 개 부서는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


특히 교육부는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한 도단위 교육청의 판단을 준용하여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인 운동장사업에서 인조잔디 방식은 불가하도록 해야 한다


.


그리고 도교육청 역시 스스로 세운 방침을 적극 교육부에 전해야 한다


.


여러 여건 상 스스로 변화하기가 힘들다면 지역의 요구를 구실로 삼아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일선 학교다


.


학교의 주인은 학교장이나 일부 학부모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이고


,


또한 학교를 둘러싼 지역주민들도 포함된다


.


그리고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고려 대상은 바로 학생들이다


.




지역 주민들이 먼지가 날리지 않는 운동장을 요구한다고 해서


,


아이들이 흙먼지 묻혀 오는 것이 귀찮아서


,


혹은 몇몇 지역정치인들이 선심성으로 일단은 보기 좋은 것이 인조잔디라서


...


이런 저런 어른들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인조잔디운동장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



 





 



 



Attachments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