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 다녀왔습니다.

관리자
발행일 2012-07-20 조회수 456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송전철탑과 싸우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



 




7



18



.


태풍소식이 들리지만 밀양 상동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


역에는 얼마 전 보라마을에서 뵈었던 아주머니


2


분이 마중을 나와 계십니다


.


고추밭에서 일하다가 급하게 나오셨다고 합니다


.


하필 바쁜 농사철에 번거롭게 해드린 것은 아닌지


...


죄송한 마음으로 상동면 지역의 철탑 예정지로 향했습니다


.




 




우선


124


번 철탑 부지로 가자고 합니다


.


아침에 공사업체에서 인부 몇 명이 트럭을 몰고 현장에 왔고


,


지금 주민들이 입구를 막고 있어 가봐야 한답니다


.


좁은 산길에도 과감하게 차를 몰고 다니시는 걸 보니 얼마나 이곳을 자주 찾았는지 알겠습니다


.




 





 




현장에 도착하니 동네 어르신들이 다들 올라와서 산길에 자리를 펴고 앉았습니다


. 19


세대 중에


17


세대에서 올라와 있으니 한 부락이 몽땅 다 와 있는 거라고 하십니다


.


엉성하게 나무계단이 놓인 곳을 따라 한


40


분 정도 올라가면 철탑 부지라고 합니다


.


공사인부들이 올라갈까봐 아예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




 





 





 






농지 가운데에


121


번 철탑이 세워집니다


.


그리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 정상 즈음에


122


번 철탑이 설 예정입니다


. 121


번 철탑이 들어설 곳 주변은 논이거나 비닐하우스 단지입니다


.


겨우 자동차 두 대가 비껴갈 정도의 길을 사이에 두고


765kV


고압이 흐르는 철탑이 서고


,


이 산 저 산으로 두꺼운 전선이 척척 걸쳐져 있는 광경을 상상해 봅니다


.


매일 이곳에서 일해야 하는 주민들의 절박하고 억울한 심정이 절로 이해가 됩니다


.




 



 





 









 




도곡저수지에 잠시 내렸습니다


.


저수지 둘레로 늘어선 산 중턱을 따라 철탑이 설 예정입니다


.


오른쪽 사진에서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아래쪽에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데


,


철탑은 마을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




 









 




단장면 용회마을입니다


.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널찍한 들판과 마을이 둥그스름한 산자락들에 폭 안겨있는 모습입니다


.


하지만 이곳도 역시나 철탑이 마을을 관통하게 됩니다


.


워낙 경치가 수려한 마을이라서


13


세대가 들어갈 전원주택지가 조성되었는데 이곳도 역시 분양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



 





 




용회마을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


여느 마을이 그렇듯이 용회마을 주민들도 처음에는 철탑이 들어선다고 하자 의견이 분분하다가 국책사업이라고 하니까 결국 용납을 해 주셨답니다


.


하지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하는 조건으로


,


너럭바위 뒤쪽으로 넘어간다는 약속을 받았답니다


.




하지만 불과 얼마 전에 한전이 이 약속을 어기고 애초에 한전이 계획했던 바로 마을 뒷산을 철탑 예정지로 확정한 것을 알게 되었고


,


한전과의 협의를 파기한 첫 번째 마을이 되었습니다


.


지금도 용회마을 주민들은 절대 못 믿을 한전을 상대로 마을 입구에 천막을 치고 공사를 막고 있습니다


.




 





 




마침 초복입니다


.


용회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오리백숙으로 힘모으기를 하는 절묘한


(?)


시간에 도착한 덕분에 복날 치레를 제대로 했습니다


.


점심 식사 후에 잠시였지만 주민들과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


마을 입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초록농활대가 걸어둔 현수막이 주민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었습니다


.





 




부북면 외양리 주민들이 차린




1


초소



에 도착했습니다


.



한전으로부터 손배소 소송을 당한 주민들의 이름이 현수막에 적혀 있습니다


. 10


억짜리 손배소송에


,


재산가압류에


,


하루에


1


백만원씩 물리겠다는



공기업 한전



덕분에 이런 현수막도 내걸렸습니다


.


한전이 이걸 보고 부끄러워야 하는데


~


워낙 파렴치한 집단이라서요


.




 





 




초소에서 자동차로 제법 올라가니


129


번 철탑 부지가 나옵니다


.


큰 나무들이 베어진 곳을 얼마 전 다녀간 탈핵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심어놓은 어린 나무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


그곳에서 내려다 본 밀양의 전경이 참으로 고즈넉합니다


.




 








지난 겨울에 이곳은 전쟁터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


젊은 인부들은 나무를 베겠다고 톱질을 해대고


,


동네 주민들은 공사를 막아보겠노라 나무 한 그루마다 매달렸습니다


.


그러다가 몇몇은 언덕을 구르기도 했습니다


.


주민들은 참 많이도 추운 겨울이었다고 기억합니다


.




 




근처에 있는


127


번 철탑부지에 도착했습니다


.



포크레인 한 대와 천막 세 동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 ‘765kV OUT'


라고 적힌 티셔츠를 똑같이 입은 할머니 세 분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


85


세라고 하시네요


.



 




워낙 외지고 들어오기도 힘든 곳이라서 한번 올라오면 이틀


,


사흘 정도 묵었다가 내려가신답니다


.


지난 해


11


월 처음 이곳에 천막을 쳤을 때는 춥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지낼 만 하다고 하십니다


.


하지만 칠순


,


팔순의 어르신들이 감내하기에는 참으로 고단한 나날임이 분명합니다


.


내 집


,


내 방을 두고 이렇게 산 속에서 천막살이를 하게 만드는



참으로 대단한 대한민국



에 뭘 어떻게 해 줘야 할까요


?







 




죄송함에 걱정까지 더해져서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데 문득 포크레인 바퀴 위에 당당하게 얹혀 있는 요강에 눈길이 딱 멈췄습니다


.


무지막지하게 땅을 파고 사람들을 위협했을 녀석인데


,


할머니들 손아귀에 들어오니 요강 받침 신세가 됐습니다


.


곧 한전도 저리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


...




 




자주 찾아오겠노라 약속했습니다


.


무엇을 얼마나 도울 수 있을지


,


과연 한 가닥이라도 거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밀양을 바라보고


,


밀양과 소식을 나누고


,


밀양의 얘기를 듣고 퍼 나르다 보면 주민들의 바람처럼 꼭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그리고


19



,


한전이 밀양 주민들을 상대로 낸 부동산 가압류 신청이 기각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



 





 



 



 



 



 









Attachments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