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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잔디운동장을 돌아보다.

 



<쉬는 시간동안 잠시 운동장에 나와서 노는 아이들 모습>


 


최근 지역신문과 뉴스를 통해 학교 인조잔디운동장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김해의 한 고등학교에서 새로 뿌려진 충진재에서 매캐한 고무냄새가 나면서 학교가 저질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인조잔디운동장을 공급하는 업체마다 질적인 차이가 상당하고, 리베이트 등 고질적인 병폐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2009년도에 학교숲 조성을 함께 해 오던 마산지역 초등학교가 인조잔디운동장 사업을 선택하면서 인조잔디의 문제점보다 학교와 시민단체의 다툼으로만 조명되었던 일과 2011년 경남지역 2개 초등학교 운동장에 포설된 감람석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던 아찔한 사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인조잔디를 반대하는 힘든 과정을 치루고 천연잔디운동장으로 재결정하여 축하해 달라고 전화해 주신, 실물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전화와 메일로만 바쁘게 연락했던 양산의 초등학교 선생님도 떠오른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학교를 전유물로 생각하던 교장선생님들과 일부 학부모들의 오만한 결정이 결국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해야 할 공간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었다.


 


2013, 다시 인조잔디운동장을 돌아보았다. 경남지역도 2006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8년째 사용하고 있는 노후된 시설이 실재한다. 그리고 어느 곳이든 유사한 위험요소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되풀이되고 있다. 잎은 바스러지고 고무재질 충진재는 훤히 드러나 운동장을 뛰어다녔던 아이들의 옷과 신발에 묻어 교실로, 집으로 옮겨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매캐한 냄새가 두통을 일으키고, 높은 표면온도에 화상을 입은 아이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잠시 놀다 왔는데 밤새 아토피 증세가 심해졌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굳이 역학조사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조잔디의 유해함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인조잔디가 깔린 주민운동장을 찾았다. 날씨가 좋은 때라서 그런지 5월 사용일정표가 꽉 찼다. 주민운동장이라서 그냥 들어갔더니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철망 밖에서 대충 넘겨다만 보고 다시 나와 사용일정표를 보니 일요일 오후2시에 주민개방이라고 적혀 있고, 다른 요일은 학교나 기업 등에 대여가 되어 있었다. 관리의 문제로 평상시에는 문을 잠그는 모양이다. 동네 주민들은 아이와 함께 공이라도 찰까 싶어 왔다가 문이 잠겼거나 혹은 축구인들에게 장악당한 운동장을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입맛이 씁쓸했다.


 


2008년도에 조성된 창원지역 초등학교를 가보았다. 운동장에 그려진 흰색 선이 충진재로 덮혀 거무튀튀하다. 운동장도 잔디위에 충진재가 얹혀 역시나 거무튀튀하다. 파였던 곳은 딱 그만큼 잘라내고 새로 붙인 티가 역력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더니 아이들이 뛰어 나왔고, 낡고 바스러진 인조잔디 운동장 위를 뒹굴며 놀기 시작했다. 수업종이 울리면 옷이나 신발을 털어낼 틈도 없이 교실로 뛰어 들어가면 인조잔디 조각들도 교실로 가게 된다. 청소시간이면 먼지뭉치처럼 잘게 조각난 인조잔디 부스러기가 교실 구석마다 들러붙어 있고, 신발장에는 새카만 충진재가 가득하단다.


 



 


20111, 환경부는 인조잔디 유해물질 위해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노출 시나리오에 의한 위해성 평가 결과, 발암성 물질인 벤젠,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등 9종의 초과발암위해도 10-7~10-6 이하, 비발암석물질 12종의 독성위험값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인조잔디 설치시 필수 사용되는 산화아연(ZnO)의 경우 고무칩(충진재) 등 인조잔디 운동장 구성제품에서 최대 수천 ppm이 검출되므로 규제없이 과량 사용될 경우 위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2010년 실태조사 발표자료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조잔디와 트랙에서 일정시간 활동하게 한 후 손표면 노출 정도를 조사했는데 미량이지만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을 준용하여 그렇다는 뜻이다. 때문에 성인이 아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동일한 량에 노출되었다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더 높다고 해석된다. 그리고 운동장 사용빈도가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가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이 단순히 기준치 이상, 기준치 이하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 도달하게 된다.


 



 


또 다른 인조잔디운동장에 가봤다. 2008년도에 준공되었는데 사용빈도가 높은지 형태를 갖춘 잔디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눌려져 있고, 잠시 걸었는데 신발과 바짓단에 파쇄된 인조잔디가 잔뜩 들러붙었다. 그리고 역시나 제대로 털고 나가는 학생들을 찾기 어려웠다.


 


     


<신발과 옷에 묻은 잔디 파일. 운동장 바깥쪽에 좁게 설치된 화단에 잔디파일들이 날아와 뭉쳐있다. 얼핏보면 천연잔디와 구분하게 어려울 지경이다.>



인조잔디운동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청소와 세척을 하고, 충진재도 보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 교육부와 문광부에서 지원하는 내역에는 유지, 관리비용은 없다. 그래서 일선 학교에서 규정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들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어 무작위로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예상했던 대로 명쾌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데에는 다들 같은 의견이었다. (청소용역업체의 말로) 정밀하게 청소를 하고 세척을 하려면 장비를 한번 불러오는 데만 대략 45백만원이 소요된다고 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1년에 두 번 정도 회당 150만원에서 20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마저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 듯 하고, 운동장을 개방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쓰레기나 화재 사고 등으로 인한 고충이 너무 크다고 토로하며 시민의식이 정말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말을 꼭 해달라고 한다. 재시공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고 싶다는 대답만 들었다.


학교라는 곳이 쉽게 외부 시민단체에 이런저런 속사정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것, 즉 예산이 없다는 문제는 결국 인조잔디운동장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하고, 이로 인해 운동장을 사용하는 우리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다시 문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와 교육부 홈페이지를 들췄다. 인조잔디운동장이 문제가 있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고, 심지어 유해성 평가까지 하고 있지만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한 지원 방침은 아주 굳건하다. 교육부의 경우 2010년 이후 기금지원 공고가 없어 문의했더니 3년 단위로 예산이 책정되므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예산확보를 하지 못했고, 2014년부터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올해 5월경부터 사업계획을 수립할 방침이 세워져 있다. 물론 인조잔디운동장도 지원내역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은 올해부터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개보수를 실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방침은 여전하지만 도교육청의 입장은 다른 듯하다. 최근 423일자 경남신문 기사에 따르면, ‘경남도교육청은 학교인조잔디운동장이 조성된 지 5년 만에 운동장 조성비에 맞먹는 예산이 주기적으로 투입되고, 인조잔디 파일 부스러기 발생과 충진재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자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라고 보도되었다.


환경연합에서 도교육청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 역시 내년부터 재시공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인조잔디운동장을 불허할 것이고, 차후 교육부 및 도교육청 예산으로 학교에 조성되는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해서는 검토 및 허가를 심도있게 할 예정인 바, 지자체 및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되는 학교 선정 시에도 도교육청과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환경부가 매년 유해물질 실태조사를 하고, 도교육청이 아무리 협의를 종용하고, 각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인조잔디의 유해성을 말하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여전하고,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혹은 주민들이 이를 선택하고 요구한다면 인조잔디운동장 조성은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인조잔디운동장이 문제가 있음을 공히 인정하고 이를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내고 있는 지금, 매년 늘어가는 인조잔디운동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남도 차원에서 인조잔디 유해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이곳 경남지역의 현황이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가 시급하다.


 


환경부는 문화관광체육부와 교육부에 현행 생활체육시설 지원이나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 중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방식은 제외시킬 것을 요구해야 하고, 두 개 부서는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특히 교육부는 인조잔디운동장에 대한 도단위 교육청의 판단을 준용하여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인 운동장사업에서 인조잔디 방식은 불가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도교육청 역시 스스로 세운 방침을 적극 교육부에 전해야 한다. 여러 여건 상 스스로 변화하기가 힘들다면 지역의 요구를 구실로 삼아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선 학교다. 학교의 주인은 학교장이나 일부 학부모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이고, 또한 학교를 둘러싼 지역주민들도 포함된다. 그리고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고려 대상은 바로 학생들이다.


지역 주민들이 먼지가 날리지 않는 운동장을 요구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흙먼지 묻혀 오는 것이 귀찮아서, 혹은 몇몇 지역정치인들이 선심성으로 일단은 보기 좋은 것이 인조잔디라서 이런 저런 어른들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인조잔디운동장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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